여태천
두 사람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오후 2시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자
마치 멈춰 있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숟가락을 들고 있다.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오물거리자
한 사람이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눈을 찡그린다.
한 사람의 입과 또 한 사람의 눈 사이로
사십 년의 오후가 자막처럼 지나간다.
중얼중얼 사라지고 있다.
한 사람이 입안에 남은 음식을 넘기려다
사래에 걸렸는지 연신 기침을 한다.
기침을 할 때마다 고개가 앞뒤로 크게 흔들렸지만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느다란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이 시 속 ‘두 사람’은 ‘민방위 사이렌’이 상기시키는 어떤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자막처럼 지나간” ‘사십 년의 오후’라는 구절을 볼 때, 두 사람은 40년의 세월을 같이 지냈다. 위의 시가 발표된 2016년의 40년 전이면 1986년. 젊은이였던 두 사람은 이때 군부독재에 저항한 격렬한 투쟁을 하지 않았을까. 그 이후 40년은 ‘가느다란 시간’일 뿐, 두 사람이 상기한 어떤 기억을 굳이 말하지 않으려는 것이 이해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