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오늘 밤 물속은 차갑지도 무섭지도 않아요 바다를 수영하기에 적당한 수온, 바다를 건너기에 적당한 파도입니다 검은 밤 망망대해에 나 혼자 떠 있어요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바다와 물결을 비추는 달빛 낯설지 않아요 바닷물은 편안하게 일렁이고 부드럽게 나를 감쌉니다 그런데 왜 나는 두렵습니까 무더운 여름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차가운 땀처럼 밤새 수영을 해야만 아침에 닿을 수 있다니 매일 밤 나는 건너가고 있어요 매일 밤 바다를 기어코 건너고야 맙니다 햇빛 아래서도 내가 저체온인 이유를 아무도 모를 거예요
‘검은 밤’이 되면 화자는 언제나 “망망대해에 나 혼자 떠 있어”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기에 낯설지도 무섭지도 않다고. 특히 ‘오늘 밤’은 “수영하기에 적당한 수온”에 “적당한 파도” 아닌가. 하나 그는 두렵다. “밤새 수영을 해야만 아침에 닿을 수 있”기에, 이 무한 반복의 필연성이 그를 두렵게 만드는 것. 그런데 ‘밤 수영’이란 시 쓰기 아니겠는가. 낮에도 그가 저체온인 건 이 시 쓰는 밤의 현기 때문일 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