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이어지는 의정갈등이 더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진료거부 행위는 불법”이라며 강경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은 지난 2000년 의약 분업과 2014년 비대면 의료 도입,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에 이어 4번째다.
지난 2월 시작된 의정갈등이 아무런 해법도 찾지 못한 채 오히려 더 격화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립대 의대 전임교원 1000명 충원, 의료사고 소송 부담을 덜어주는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약속했지만, 의료계는 의대증원 철회만 고수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전국 대학병원들은 전공의(1만여 명) 이탈 이후 의대교수들의 헌신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데, 교수들마저 휴진에 들어갈 경우 의료대란은 피할 수 없다.
의대교수들이 휴진에 동참하게 되면, 우선 수술을 못하는 진료과가 대거 발생할 수 있어 중환자 치료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 상당수 진료과는 교수 한 명만 빠져도 중환자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개원의들은 휴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파업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도 정부가 수습책으로 꺼내 들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의대증원 계획은 대학별로 확정돼 입시요강까지 발표됐다. 이를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정부와 협상테이블에 앉아 2026년 이후의 의대증원 정책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의대교수를 포함한 선배의사들이 할 일은 파업이 아니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하루빨리 병원과 학교에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