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현직 대통령 탄핵의 추억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게 한 추억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휩쓴 하나의 광풍이었다. 곳곳에 포진 해 있던 반정부 세력들이 세월호 참사로 흉흉해진 민심을 선동해서 대규모 민중시위를 일으켰고, 언론과 과반의석의 야당이 적극 가세하고 일부 여당과 사법부까지 동조해서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낸 거였다. 헌정사상 초유의 그 탄핵을 짜릿한 승리의 성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치욕과 한탄의 역사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탄핵에 대해서는 헌법 제 65조에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고위 공직자의 비리 또는 위법의 혐의가 발견되었을 때 그 수사와 기소를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규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는 제도를 특별검사제(특검)라 한다. 한 마디로 수사의 공정성을 기대·인정할 수 없을 때 도입하는 제도다.
특검법안과 탄핵소추의 의결권은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이는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하는 기능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거듭해서 국회의석의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자 걸핏하면 특검과 탄핵이란 말을 입에 올리고 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탄핵으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을 한 것과 적폐청산의 명목으로 특검을 해서 지난 정권의 공직자들을 모조리 사법처리한 전력의 재현이다. 행정부와 사법부를 겁박하고 방해하는 특검과 탄핵의 남발을 막을 수단이 바로 대통령의 거부권이다.
지금의 야권이 집요하게 특검과 탄핵 정국을 갈망하는 것은 오로지 저들이 지고 있는 사법리스크를 모면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전과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과 민심이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빼놓고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이슈가 없다는 것과 언론과 사법부도 어느 정도는 달라진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게 관건인 것은 야권의 구심점을 이루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조국 당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이다.
그들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보려던 ‘김건희 특검’은 김정숙· 김혜경과 함께 ‘3김여사 특검’으로 가자는 반격에 머쓱해졌고, 채상병 순직사건 특검도 국회 부결로 일단 무산되었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특검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대통령 탄핵으로 몰아가기는 역부족일 것 같다. 그보다는 그들을 향해 시시각각 죄어가는 사법리스크가 오히려 국운의 향방을 가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