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시민팩트체커 활동을 권유하는 메일이었다. 알아보니, 한국팩트체커커뮤니티(Korean Factcheckers’ Commu nity·K.F.C.)라는 단체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이미 2015년 미국에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 IFCN)가 창설되어 국제적으로 많은 팩트체커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IFCN은 매년 글로벌 팩트(Global Fact)를 여는데, 작년에는 서울대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가 공동주관하여 한국에서 열렸다고 한다. 2014년 50명에서 시작했던 글로벌 팩트가 작년에는 대면 506명, 온라인 1,032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그만큼 팩트체크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는 증거일 것이다.
K.F.C.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최다선 의원이 국회의장이 된다는 관례에 대해서도 팩트체크되어 있었다.
역대 국회의장의 국회의원 당선 횟수를 보면, 6선 의원이 11번으로 가장 많았고, 초선 의원이 맡은 적도 4번 있다. 다수당 최다선 의원이 국회의장을 역임한 사례는 의회 역사를 통틀어서 6번이었다. 이런 검증 결과, 관례적으로 최다선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았다는 진술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사례를 보면서 나도 국회의장이 권력 서열 2위라는 우상호 의원의 말을 검증해보았다. 찾아보니, 권력 서열이라는 용어는 없고 의전 서열만 있다. 다만, 아쉽게도 이미 4년 전에 YTN에서 팩트체크해놓은 것이 있었다. 의전 서열은 관례로만 있을 뿐 문서화된 공식적 의전 서열은 없다고 한다. 이렇게 확인하고 나니 의문이 풀렸다.
IFCN에서는 팩트체크를 할 때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준칙을 만들었는데, 첫째가 비정파성과 공정성이다. 어느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알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한다. 둘째는 취재원을 밝혀야 하고, 셋째는 팩트체크하는 기관의 재정과 조직이 투명해야 한다. 넷째 검증 방법도 투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팩트체크는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이고 정직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잘 수행하면 팩트체크 인증기관이 된다고 한다.
팩트 인식의 중요성은 몇 년 전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던 한스 로슬링 등의 저서 ‘팩트풀니스’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저자가 출제한 문제 13개가 있는데, 맞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나도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렇게 잘못 알고 있는 이유는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 느낌’과 ‘현실이 아닌 환상’에 근거하여 세상을 보기 때문이라면서, 사실에 근거하면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줄어든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치 경제뿐 아니라 일반 사회 분야에서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거짓 정보가 너무 많다. 한쪽 입장만 듣고 쉽게 격앙하지 말고,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다양한 미디어를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거짓 정보에 휩쓸릴 가능성은 많이 줄어든다. 스트레스와 절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팩트체크 활동은 정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