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같이 귀한 자식을 ‘금쪽같은 내 새끼’라고 하는데, 티브이 프로그램 제목이기도 하다. 방송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금쪽이라고 부른다. 아동 전문가 오은영 박사가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 금쪽이를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모의 올바른 훈육 부재와 과잉된 감싸기가 문제 행동을 키운 사례가 대부분이다. 꾸짖어야 할 때도 예뻐만 하다 보니 아이가 자기감정과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날뛴다. ‘금쪽이’는 문제 아동을 지칭하지만 시청자들은 ‘내 새끼 지상주의’로 아이를 망치고 있는 부모를 먼저 떠올린다.
금쪽같은 가수가 있다.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나와 차를 몰고 가던 중 택시와 추돌사고를 낸 후 도망쳤다. 매니저와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고,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해 증거 인멸까지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에 자수한 매니저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는 바로 그 금쪽이, 김호중임이 밝혀졌다.
음주 뺑소니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소속사는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 김호중 측 주장은 너무 구차해 폭소가 터질 정도였다. “술잔에 입만 댔을 뿐 술은 마시지 않았다”, “매니저가 운전했다”, “대리운전을 이용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아티스트가 피곤해 해서 대리운전을 맡겼다”, “공황장애가 와 사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해명할수록 엉망진창이었다. 눈물겨운 ‘김호중 구하기’가 ‘팀킬’이 되고 있는 가관이 우스웠다.
소속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아티스트를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누가 보면 김호중이 민주투사나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라도 되는 줄 알겠다. 예정된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었고, 팬덤의 감싸기는 더 극성이었다.
“얼마나 지쳤으면 그랬을까. 눈물이 난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엄청난 스케줄에 힘들었겠다는 생각뿐이다”… JMS를 결사옹위하는 사이비 신도들을 보는 듯하다. 팬클럽 명의로 구호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했지만 거절당하는 망신도 당했다.
몰상식하고 맹목적인 팬덤을 방패삼아 소속사는 법과 대중을 농락하며 패악질을 부렸다. 가장 비겁한 건 그 지경이 되도록 팬덤과 소속사의 암막 뒤에 숨어 침묵하고 있던 김호중이었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퇴역군인 프랭크는 명문 사립교 베어드의 징계위원회에 찰리의 보호자로 참석한다. 그는 양심을 지킨 찰리를 변호하고, 비열한 고자질쟁이가 되기를 선택한 조지를 꾸짖으며 일갈한다. “일이 꼬이면 어떤 놈은 도망가고 어떤 놈은 남지. 여기 그 화형불에 맞서는 찰리가 있고, 아빠의 커다란 주머니 속에 숨어 있는 조지가 저기 있네.”
팬의 말마따나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반성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수치심과 두려운 손가락질 앞으로 나아가는 이가 있는 반면 뉘우칠 용기조차 없이 스스로 파놓은 구덩이 안에서 눈과 귀를 닫은 채 그 협소한 가짜 평화에 평생을 머무는 이가 있다. 그게 지옥인 줄도 모르고.
김호중은 이미 불법도박 전력이 있고, 과거 그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했다는 전 여자친구와 진실공방을 벌였으며, 이번에 그가 다녀온 유흥주점은 속칭 ‘텐카페’로 불리는 룸살롱이다.
소속사는 검찰총장 직무대행까지 맡은 바 있는 조남관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었다. 전관예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든 아티스트를 지키겠다더니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갈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심판마저 피하진 못할 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을 무력하게 하고 양심과 정의, 도덕이라는 사회적 신뢰를 비웃는 이들에게 휘두를 대중의 회초리는 비판과 불매, 철저한 외면, 그러면서 잊지 않는 것이다. ‘트바로티’가 아니라 ‘비겁한 금쪽이 김호중’으로 내내 기억하는 것이다.
거짓은 더 큰 거짓을 부르고 거짓이 태산처럼 쌓이면 결국 그 거짓 세상에서 가짜 인생을 살다가 먼 훗날 자신이 허깨비였음을 알고 가슴 치며 절규하리라. 그때는 이미 늦다.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이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관용이 우리 사회에 아직 있다고 믿는다. 순간을 피하고 비겁한 겁쟁이로 평생 살 것인가 잘못 앞에 무릎 꿇고 남은 생애 동안 더 나은 사람으로 살 것인가. 소속사와 팬덤에 묻지 말고 스스로 선택하는 게 성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