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재작년 두 해에 걸쳐 내가 사는 지방 의회에 의정 감시단으로 활동했다. 다음 해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였는데, 질문도 잘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의원이 있는 반면, 예산 계획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질타만 하는 의원도 있었다. 의장의 태도도 회의 진행에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의장이 균형을 잡아야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작은 지방 의회에서도 의장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국회의 운영을 책임지는 국회의장의 자리는 말할 것도 없겠다. 매일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2대 1기 2년 임기를 수행할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을 선출했다. 정식 국회의장 선출은 6월 초 국회 개원 후 이루어지므로 지금은 후보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사실상 국회의장이 되는 셈이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선택에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그런 와중에 투표 4일 전, 후보로 나선 정성호, 조정식 두 의원이 추미애로 단일화한다며 갑자기 사퇴하여 국민의 빈축을 샀다.
그렇게 추미애 국회의장이 확실한 줄 알았는데 뜻밖에 우원식 의원이 후보로 선출되어 논란이 가중되었다. 이미 4월 29일 여론 조사에서도 추미애 국회의장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결과에 추미애 강경 지지파들은 당심이 민심을 저버렸다며 탈당까지 하는 등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대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하는 입장도 있다. 최다선 연장자가 국회의장을 맡았다는 관례를 금과옥조로 받든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하기 어렵다는 말도 이들의 말은 맞다. 우원식도 5선이나 한 국회의원이고 나이는 추미애보다 한 살 많으니 부족하지 않다. 게다가 추미애 의원의 강성 캐릭터 때문에, 팽팽한 여야 대치 상태의 현 정국을 잘 이끌어갈지 의문을 가진 사람도 많다.
국회의장이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협치 능력은 중요하다. 우원식 후보의 과거 행적을 보니, 2017년 당시 원내대표였을 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를 인준하는 자리에 협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국민의힘 당색이었던 초록색 넥타이를 매자고 주문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기사가 있다. 반면, 추미애 의원은, 6선이라고 해도 직전에 의원은 아니어서 불리한 점도 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는 등 예측하기 힘든 모습도 보여 불안하다는 평가도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 진행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가 중요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국회의원 선거 때 후보 단일화를 한 적이 몇 번 있다. 처음부터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중도 사퇴를 작정하고 출마한 사람도 있었다. 어느 당이라도 이런 행태를 더 이상 국민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같은 당 안에서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이 안 되었다고 탈당한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에게 기대해본다. 임기 동안 국회의장으로서 민주주의 원칙을 실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