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무라 타이 (김창덕 옮김)
누가 나의 눈을 흐리게 하려는가
누가 나의 귀를 가리려 하는가
나는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아시아의 끄트머리에서 매일 저질러지고 있는
부정을, 불의를, 위만을, 압살을….
그리고 그 폭풍우 속에서 비참하게도
짓밟혀 가는 모든 애정의 생활 모습들을
그걸 외면하듯 버리고 떠나는
도망자라 생각지 마라
지금 이 반도의 남단에 서서
부딪쳐 솟구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지그시 참아 내고 있다
끓어오르는 나의 격정을
등 뒤로 느껴지는 천만의 피로 물든 눈동자의 압도에….
친구여! 눈으로 본 것을 어찌 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에무라 타이는 일제 강점기 때 식민지 ‘조선’에서 기자로 일했던 아나키스트 시인. 양심적 지식인으로서 당시 일본의 강압적 조선 통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를 썼다고. 위의 시도 “매일 저질러지고 있는” 불의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비참하게도/짓밟혀 가는” 조선 민중의 삶을 조명한다. 그는 조선인의 “피로 물든 눈동자”를 “등 뒤로 느”끼며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겠다고 격정적으로 다짐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