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놀러갈까 물으면 손주들은 십중팔구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대구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포항을 자주 가게 된다. 포항은 바다뿐 아니라 의외로 즐길 거리가 쏠쏠하다.
지난달 내내 주말마다 손주들과 포항엘 갔다 왔다. 예전 아이들이 더 어렸을 적엔 해수욕장의 모래장난 정도였다. 몇 년 전 생긴 스페이스워크도 흥미로워 했다. 최근엔 줄이 길어 포기하고 멀리서 보는 야경으로 대신했다. 포항의 핫스팟 죽도시장은 갈 수 없었다. 손주들과의 포항행에서 죽도시장을 끼울 수 있는 건, 손자 건이 생선회에 입문한 이후였다. 포항여행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우리 부부와 아들내외, 그리고 손주 둘을 데리고 오후 느지막하게 출발하여 회만 먹으러 포항에 간 적도 있다. 송도바닷가에 새로 생긴 수협활어회센터가 조용하고 주차장도 넓은데다가 싱싱한 회를 취향껏 골라 먹을 수 있어서 꽤 괜찮았다.
몇 주 전엔 우리 부부가 손주 둘을 데리고 조손동행 포항을 다녀왔다. 손주들에겐 죽도시장은 시장이라기보다 아쿠아리움일 수도 있는 곳이었다. 가게의 수족관을 들여다보고 물속에 손을 집어넣으려 해서 상인들에겐 다소 난처했지만 구경하는 아이들을 말릴 수도 없었다. 횟집골목을 누비며 수족관에서 헤엄치고 큰 대야에서 펄떡이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실컷 구경하고 나서야 단골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싸고 맛있는 회를 먹고, 전통시장 홍보행사기간이었던가 전통시장상품권을 되받아 얻어서 건어물과 주전부리도 살 수 있는 행운도 누렸다.
죽도시장 건너편에 있는 포항함체험관에 가서는 배 안 곳곳을 오르내리고 누비며 즐거워했다. 손녀 린은 뱃전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더니 느닷없이 애국가를 불렀다. 학교 입학해서 배운 모양이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지켜보았다. 진지한 표정과 꼿꼿한 자세로 4절까지 부르는 아이를 보며 나도 어느새 덩달아 엄숙해지고 말았다. 다소 날씨가 쌀쌀한지라 바닷가의 모래장난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고 남편의 제안으로 장기읍성엘 올랐다. 건은 한눈에 들어오는 성벽을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만리장성 아니냐며, 성 둘레를 완전히 한 바퀴 돌자고 했다. 조심하기를 당부하며 성벽 위를 조손이 손잡고 걸었다. 린은 할아버지와 손잡고 걸으며 “에효, 세상은 넓고도 힘들다”를 연발하며 숨차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라며 포즈를 잡을 땐 천상 여자애다.
지난 주 토요일, 건을 데리고 포항엘 갔을 땐 영일대해수욕장의 영일대를 보여주고 싶었다. 바다 위에 옛날 궁궐 같은 집이 있다고 했더니 용궁이냐며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정작 누각엔 한 번 오르내리는 것으로 흥미를 못 느낀 듯했다. 오히려 영일대 가다가 만난 마술버스킹 공연을 보며 신나고 우스워했다. 마술사가 벗어놓은 모자에 꼭 돈을 넣어주고 싶다고 해서 거금 만원을 지갑에서 꺼냈다.
어제 건이 로봇과학 책을 보더니 로봇박물관에서 실제로 로봇을 보고 싶단다. 검색했더니 포항에 로보라이프뮤지엄이 있었다. 바로 가자고 하는 걸 겨우 주저앉혔다. 오는 주말에 가기로 예약했다. 아이들에게 포항은 꽤나 다양한 흥밋거리의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