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장지 가는 길

등록일 2024-05-12 19:49 게재일 2024-05-13 18면
스크랩버튼
송은숙

장지 가는 길에서 마주 오던 차를 만났다

길은 종일 내리는 비처럼 좁다

멀뚱히 바라보던 앞차가

결국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빗속에서도 저 차는 죽음의 냄새를 맡은 걸까

비처럼 죽음이 일방통행이라는 걸

불현 듯 깨달은 걸까

가까스로 열린 저 좁은 통로

시간 지나면 저절로 닫히는 자동문을 지나듯

차는 서둘러 통로를 빠져나간다

차마 놓지 못하겠다고 그렁그렁 매달리던 손들이

이제는 흙탕에 빠진 차를 밀듯

일제히 죽음을 죽음 쪽으로

급전직하, 쪽으로 온 힘을 들어 나르고 있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가 있다면 죽음이다. 우리는 장지를 갈 때 피할 수 없는 이 미래의 사태에 대해 깨닫는다. 삶은 죽음으로 가는 ‘일방통행’이다. 위의 시는 죽음을 마주한 삶의 표정을 인상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 “차마 놓지 못하고 그렁그렁 매달리던 손들”이 어느 순간 “일제히 죽음을 죽음 쪽으로” “온 힘을 들어 나르”는, 가차 없는 죽음의 운명을.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