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장지 가는 길에서 마주 오던 차를 만났다
길은 종일 내리는 비처럼 좁다
멀뚱히 바라보던 앞차가
결국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빗속에서도 저 차는 죽음의 냄새를 맡은 걸까
비처럼 죽음이 일방통행이라는 걸
불현 듯 깨달은 걸까
가까스로 열린 저 좁은 통로
시간 지나면 저절로 닫히는 자동문을 지나듯
차는 서둘러 통로를 빠져나간다
차마 놓지 못하겠다고 그렁그렁 매달리던 손들이
이제는 흙탕에 빠진 차를 밀듯
일제히 죽음을 죽음 쪽으로
급전직하, 쪽으로 온 힘을 들어 나르고 있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가 있다면 죽음이다. 우리는 장지를 갈 때 피할 수 없는 이 미래의 사태에 대해 깨닫는다. 삶은 죽음으로 가는 ‘일방통행’이다. 위의 시는 죽음을 마주한 삶의 표정을 인상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 “차마 놓지 못하고 그렁그렁 매달리던 손들”이 어느 순간 “일제히 죽음을 죽음 쪽으로” “온 힘을 들어 나르”는, 가차 없는 죽음의 운명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