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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등록일 2024-05-09 18:27 게재일 2024-05-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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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물의 힘으로 물풀들은 떠 있고

흙의 힘으로 나무들은 굳건하다

 

별들이 어둠에 기대는 것처럼

잠시 어둠 속으로 숨기도 하는 것처럼

 

사실

무지개도

하늘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하늘에 기대어 쌍무지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여기에 기댄다

 

다음에

다음엔 꼭

 

자연의 존재자들은 기댈 존재가 있다. 물풀들은 물의 힘으로, 나무들은 흙의 힘으로 존재한다. 무지개는 어떤가, 하늘에 기댄다. 사람들은 다르다. 기댈 대가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만이 슬프다. 하나 삶은 어딘가에 기대지 않으면 지탱할 수 없다. 하여 기댈 수 없는 사람들도 무언가에 억지로라도 기댄다. ‘다음’이라는, 아직 여기 없는 미래의 시간에. 다음 생은 이렇게 살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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