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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의 노래

등록일 2024-05-08 18:48 게재일 2024-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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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요제프 (공진호 번역)

열일곱 살 나의 등에 물살처럼 불끈거리는 힘줄.

지평선 가장자리까지 식별하는 눈.

어깨에 봄을 두르고 다니며

가슴에게 먹이는 나,

반항적인 나이의 멍에를 진 나는

그 무게에 눌려 신음해도 무릎만은 굽히지 않는다.

불 뿜는 용 같은 분노를,

이 시대의 슬픔을 짜내는 혀를

가슴속에 간직한다.

피라미드 사회가 발아래서 허물어지고

하늘은 휘청거린다. 태양이 내게 왕관을 씌운다.

불끈 쥔 두 주먹에서

세상의 고통이 새어 나간다.

아무것도 나의 무릎을 꿇리지 못한다.

잡초로 무성한 어머니의 무덤 말고는, 아무것도.

 

헝가리 현대 시인 아틸라 요제프의 시. 그는 열일곱 살 시기에 이미 시인적 기질을 가졌다고. ‘피라미드 사회’에 대한 “물살처럼 불끈거리는” “용 같은 분노”, ‘세상의 고통’에 대한 깊은 감수성과 “슬픔을 짜내는 혀”, “지평선 가장까리까지 식별하는” 시적인 눈, 어떤 권력에도 “무릎만은 굽히지 않는” 자존감. 시인은 태양이 씌워준 왕관을 머리에 쓰고 있는 이다. 다만 무덤 속 어머니에게만은 복종하는 ‘왕-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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