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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결혼기념일에

등록일 2024-05-07 18:19 게재일 2024-05-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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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 토마스 (김천봉 옮김)

하늘이 가로 찢겨졌다

오늘은 둘의 너덜너덜한 기념일

삼년동안 사이좋게 서약의

긴 샛길 따라 걸어왔건만.

 

이제 둘의 사랑에 상실만 남아

사랑도 그의 환자들도 한 사슬에 묶여 으르렁대니,

화목도 다툼도 모두

구름을 동반해, 죽음이 둘의 집을 두드리누나.

 

악독한 빗속에서 너무 늦게

둘은 하나 되지만 사랑이 떠나고 없으니,

창문들이 둘의 가슴에 쏟아지고

문들이 둘의 뇌에서 불타누나

 

사랑이 떠난 결혼 생활로 고통 받는 부부가 많다는 걸 생각하면, 모든 결혼기념일이라고 축가만 부를 일은 아니다. 하여 위의 시와 같은 기념시도 있을 수 있는 것. “죽음이 둘의 집을 두드리”는, ‘어느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의 불행한 삶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 위의 시가 짓궂게 보이기도 한다. 하나 시인은 감추어진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 회피하고 싶은 저러한 진실도 말할 수 있어야 시인이지 않겠는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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