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인
깊으나 깊은 내 안, 무허가의 오두막 한 채
그대 모르지
늑골 밑 붙박이로 지어 숨긴 길 없는 외딴집
비 오면 오는 대로
오도카니 빗소리나 듣다가
폭설 흩날리면 사무치게
그대 꺼내 안고 눈폭풍 속을 걸어 나가는
아마도, 그래 아마도
오래 반짝이다 사월 설화 한 토막
그냥 꿈, 꿈이어도 좋아서
그대도 모를 내 안의 오두막집, 기척 없이도
저 홀로 글썽글썽 눈이 부신거야
‘homo cupiens’란 욕망하는 인간이라는 학명이라고.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어떤 비밀스런 욕망을 갖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늑골 밑’에 세운 외딴 오두막집이 바로 그 욕망이 있는 곳이라 말한다. “그대 꺼내 안고 눈폭풍 속을 걸어 나가는” 욕망. “그냥 꿈, 꿈이어도 좋”을. 실현 불가능한 욕망. 그대는 이 세상에 없기에. 하지만 욕망은 살아남아서, 저 오두막집은 “기척 없이도/저 홀로 글썽글썽 눈이 부”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