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만
외항선원 꿈꾸던 바다
아스라한 수평선
그림자조차 붉은 오후
나침반 구명보트
긴 고동 소리
햇살 속 빛나던 섬이 멀어진다
항구로 돌아오는 배의 수척한 이마
갈매기 난다
우연과 운명 사이
깜박이는 등대
굽이굽이 골목 지나 가파른 언덕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면
불 켠 추억처럼 떠 있는 배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한 사내가 흐느끼고 있다
“외항선원”이 되는 꿈을 가졌던 사내. 시인은 자기 자신일 이 사내에 대한 기억으로 이끌린다. “아스라한 수평선”과 “긴 고동 소리” 때문이겠다. “햇살 속 빛나던 섬”은 시인의 꿈이 투영된 상징물일 터, 이 “섬이 멀어진다”는 건 그 꿈을 놓쳐버렸다는 의미겠다. “우연과 운명”이 얽히며 그리 되었으리라. 결국 기억이 다다른 곳은 저 계단 위의 “가파른 언덕”, 거기서 시인은 “흐느끼고 있”는 ‘사내’와 마주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