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서
어두운 방에 하얀 양 떼들이 몰려와
놓쳐버린 病을 필사적으로 찾아다니고 있어
눈 감을수록 물 밖으로 뛰어나온 물고기처럼
억울한 것들이 더 팔딱팔딱 뛰어….
달콤하지 않은 잠을 태우고 있을 때 왜 몰랐을까
내가 미련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밤을 새워야 하는 박쥐의 특명처럼
당신이라는 환영을 창밖으로 펴내고 있어
화자는 “물 밖으로 뛰어나온 물고기처럼” 어떤 “억울한 것들이 더 팔딱팔딱 뛰”고 있는 밤을 견디고 있다. 그는 동굴 속 박쥐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는 것. 견디다 못한 그는 ‘어두운’ 마음의 ‘방’ 안에 양떼들을 풀어놓고 “놓쳐버린 病을 필사적으로 찾”고는, 결국 “미련에 중독되었다”는 병을 찾아낸다. 사랑의 대상을 마음에서 쫓아낸 줄 알았으나, “당신이라는 환영”은 마음의 방에 물처럼 스며들어 있었던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