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무중력 도시(부분)

등록일 2024-04-30 18:32 게재일 2024-05-01 18면
스크랩버튼
이명윤

희망은 가까운 편의점에 있다

즉석에서 긁은 서로의 얼굴을

휴지통에 버릴 때

거리는 습관적으로 가벼워진다

(중략)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사람들은 공중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이해 없이도

비트에 따라 춤추면 되는 일이었다

가짜 지갑이 두툼해지고

가짜 뉴스가 날개를 달며

우리는 매일매일 가벼워지고

거리는 다시,

발랄한 예배로 넘쳐났다

(하략)

복권과 비트코인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 전에도 이런 이들은 있었지만, 근래엔 더욱 그 수가 늘어난 느낌. 그만큼 실제의 삶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 특히 젊은 층들은 더욱 힘들다. “공중을 채굴”하는 비트코인은 우리 시대를 상징한다. “가짜 지갑이 두툼해”지는 만큼 삶도 가벼워지는 법, 부자 되기를 비는 “발랄한 예배”로 매일을 시작하는 비트코인 숭배자들이 “거리를 습관적으로 가”볍게 만든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