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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계단 (부분)

등록일 2024-04-25 19:54 게재일 2024-04-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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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소

왼쪽 무릎이 땡긴다 순간

화산재 무너져 내린다

 

요추 3번이 돌출해서 신경 때문에 무릎이 땡기는 것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응급실에 실려가지 않으려면 걸어야 한다

 

(중략)

 

 

계단을 내려올 땐 왼쪽 발을 쭉 디딘 후

오른 쪽 무릎을 구부려 내린다

시간의 경계를 허물려면 죽음의 계단을

조심스레 건너야 한다

 

행성과 행성을 탐색하며

빙글빙글 돈다

언제 착륙할 줄 모르는 보이저 1호처럼

매 순간 허공에 떠 있는

시인은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날 1942년 생. 지금 그는 ‘요추 3번’이 고장나버렸다. 이 나이에 육체적 고통은 죽음을 예상하게 될 터, 그는 “응급실에 실려가지 않”기 위해 운동 삼아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내린다. 그것은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즉 죽음을 건너는 숭고한 일이나, 시인은 자신이 “매 순간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며 “언제 착륙할 줄 모르는” 우주선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죽음을 의미하는 착륙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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