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소
왼쪽 무릎이 땡긴다 순간
화산재 무너져 내린다
요추 3번이 돌출해서 신경 때문에 무릎이 땡기는 것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응급실에 실려가지 않으려면 걸어야 한다
(중략)
계단을 내려올 땐 왼쪽 발을 쭉 디딘 후
오른 쪽 무릎을 구부려 내린다
시간의 경계를 허물려면 죽음의 계단을
조심스레 건너야 한다
행성과 행성을 탐색하며
빙글빙글 돈다
언제 착륙할 줄 모르는 보이저 1호처럼
매 순간 허공에 떠 있는
시인은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날 1942년 생. 지금 그는 ‘요추 3번’이 고장나버렸다. 이 나이에 육체적 고통은 죽음을 예상하게 될 터, 그는 “응급실에 실려가지 않”기 위해 운동 삼아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내린다. 그것은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즉 죽음을 건너는 숭고한 일이나, 시인은 자신이 “매 순간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며 “언제 착륙할 줄 모르는” 우주선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죽음을 의미하는 착륙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