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우리 동네에는 버스 정류장 옆에 하나
골목 어귀 담배 가게 옆에 하나
빨간 우체통이 있다
매일 한 번 오전 10시에 다녀가는 그는
예전엔 걸어다니다가 자전거로
이젠 오토바이로 붕붕 날아다닌다.
사랑에 빠진 비행사에게는
우주에서도 빨간 우체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요즘 내 눈엔
어째 우체통만
빠알갛게 들어온다.
우정이나 사랑의 편지를 우체통을 통해 주고 받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우체통이 얼마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물인지. 동네 우체통에 매일 한 번씩 다녀가는 ‘그’가 “오토바이로 붕붕 날아다”니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사랑에 빠진 비행사”가 우주에서도 “제일 먼저/눈에 들어”오는 사물이 ‘빨간 우체통“이라고. 시인도 같은 마음이다. 동네 우체통을 응시하는 그의 눈 역시 “빠알갛게” 물드는 것을 보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