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텃밭에서 잡초를 뽑았다
개미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둠 속
거친 뿌리에 기대어
꿈틀거렸을
작고 여린 것들
어쩌다
가냘픈 한 세상이
한 움큼 풀과 함께 뽑혀
흩어져 버린 날
사투하던 목숨들이
스멀스멀 내게로 기어들었다
삶은 어디에나 있다. 잡초 뽑을 때 쏟아져 나오는 개미들을 보라. 그 개미들 역시 “거친 뿌리에 기대어” ‘사투’하듯 꿈틀거리며 ‘목숨을’ 지탱했을 테다. 잡초 뿌리는 거칠다. 환경을 이루는 세계의 뿌리-본질-은 거친 것. 뭇 생명들은 이 거친 세계에 기대어 살아가야만 한다. 하나 그 거친 세계도 뿌리째 뽑힌다면 “가냘픈 한 세상” 역시 흩어져 버리곤 만다. 한국의 민초들 역시 그렇게 세계를 상실하곤 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