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와 치카(정수윤 옮김)
맑은 날
말은 고갯길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싶었습니다.
한 땀 한 땀 구름을 꿰며
휘파람새가 지저귑니다.
그곳은 자기에게 오지 않고, 자기를 떠난 행복처럼
슬픈 울림이었습니다.
짙은 녹음으로 우거진 산들이 고요히
나아가려는 자의 앞길을 막습니다.
쓸쓸해진 그는 소리 높여 울었습니다.
마른 풀처럼 뻗은 갈기가 타오르고
어디선가 같은 외침이 들렸습니다.
말은 방금 근처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먼 세월이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1936년 25세 나이로 요절한 일본의 여성 시인 사가와 치카의 시. 오직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싶”은, 지쳐버린 말. 그의 앞길을 가로막은 산들 앞에서 결국 “그는 소리 높여 울”어버리는데, 그러자 그 울음은 그의 갈기를 활활 타오르게 하고, 나아가 “어디선가 같은 외침이 들”리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그는 “따뜻한 기운을 느”끼지만, 그것은 죽음의 기운인지 모른다. “먼 세월이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을 보”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