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
승객 여러분 뼈를 깨끗이 씻고 탑승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등을 보며 육류비빔밥을 먹을 것입니다
길이 없지만 출발해야 합니다
누군가 기차를 잡고 앞으로 밉니다
우리는 출발합니다
살러 갑니다
내 머리를 잡고 꿈틀거리지 좀 마세요
숨을 참으면 연해질 수 있습니다
더욱 부드러워질 때까지
핏물이 빠질 때까지
썰기 좋은 고기가 될 때까지
한 끼의 밥이 되기 위해
우리는 매일 출발하고 있습니다 (하략)
밥벌이를 위해 직장에 출근하는 이들로 가득 찬 통근 지하철. 시인에 따르면, 이곳은 ‘육류비빔밥’ 제작소다. 노동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평범한 이들은 자신의 삶을 직장에 바쳐 자신의 밥을 마련해야 한다. 하여 그들의 삶 자체가 밥이 되고 있다고 하겠다. 아침마다 “길이 없지만 출발”하는 지하철은, 노동자들이 “한 끼의” “육류비빔밥”이 되기 위해 “더욱 부드러워”져 “썰기 좋은 고기”로 변해가는 곳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