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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말

등록일 2024-04-17 19:32 게재일 2024-04-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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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요새 택배비 얼마나 한다고

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

거지같이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 했더니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온다

쌀자루를 지고 낮게 온다

거지라니,

불붙은 종이가

얼굴을 확 덮친다

 

다 지난 일인데

얼굴에 붙은 종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평생 상처가 되는 말이 있다. 특히 부모에 대한 모욕적인 말이 그렇다. 무거운 쌀자루를 지고 오는 시인의 아버지에게 어떤 이가 툭 내던진 ‘거지같이’라는 말. 시인에게 이 말은 “얼굴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불붙은 종이”가 되었다. 시인이 시를 쓸 때 언제나 의식하게 되는, 쌀자루보다 무거운 말. 말은 말한 이의 사람됨을 드러낸다. 무심코 던지는 말에서도, 말한 이의 속생각과 인성이 드러난다. 조심할 일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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