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나
요새 택배비 얼마나 한다고
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
거지같이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 했더니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온다
쌀자루를 지고 낮게 온다
거지라니,
불붙은 종이가
얼굴을 확 덮친다
다 지난 일인데
얼굴에 붙은 종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평생 상처가 되는 말이 있다. 특히 부모에 대한 모욕적인 말이 그렇다. 무거운 쌀자루를 지고 오는 시인의 아버지에게 어떤 이가 툭 내던진 ‘거지같이’라는 말. 시인에게 이 말은 “얼굴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불붙은 종이”가 되었다. 시인이 시를 쓸 때 언제나 의식하게 되는, 쌀자루보다 무거운 말. 말은 말한 이의 사람됨을 드러낸다. 무심코 던지는 말에서도, 말한 이의 속생각과 인성이 드러난다. 조심할 일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