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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등록일 2024-04-16 19:55 게재일 2024-04-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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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상극이고 웬수인 사람이 죽으니

한 줌 뼈밖에 없고

 

오 분을 동석하기 힘든 사람이 죽어도

재 한 줌밖에 없고

 

동해 파도는 질리도록 밀려오는데

질리지 않고

질릴 리 없고

 

허공은 무한대의 눈발 들끓고

 

그날 감정이 얼마나 미세한지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에도

천지가 가만히 있질 않았다

 

자연의 무한 앞에서 미움은 얼마나 작은 감정인가. 그렇게 미워한 사람도 죽음 이후에 “한 줌 뼈”, “재 한 줌”으로 남을 뿐이다. 시인 또한 미래엔 그렇게 남게 될 터, 하지만 이 무한한 허공과 “질리도록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시인이 느끼는 감각은 숭고함이라기보다는 미세함이다.“무한대의 눈발” 속에서 그는,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에도 천지가” 거대하게 진동하며 들끓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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