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정숙
어린이 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여권, 세상이 무서워 어깨동무하고 우우 몰려다니는 노랑, 노랑은 징검다리, 바람 속에서 따뜻했다 아직 삐딱한 사춘기의 표정은 도착하지 않았다 숙성되어 채도 낮은 골드까지 가려면 시간의 긴 늪과 오솔길을 건너야 하고, 이제 봇짐 속에 놓치거나 잃어버린 골목을 점검하며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길을 떠나야 하리라 지금 이곳에서부터 저 쨍하게 밝은 날들이 뼈마디 욱신거리는 곳곳마다 스며들어 부드럽게 힘차게 늙어가기를
갓 핀 개나리는 어깨동무 한 어린이처럼 보인다. 나이 든 시인도 개나리를 보며 어린이처럼 마음이 설렜던 것. 하나 이 개나리도 “시간의 긴 늪과 오솔길을 건너” “채도 낮은 골드”에 도달할 터, 이 ‘숙성’으로 가기 위해 “잃어버린 골목을 점검하며” “길을 떠나야” 할 테다. “쨍하게 밝은 날들이” 이 긴 여행을 위한 힘을 불어넣어주기를 시인은 기원한다. 그는 저 개나리에서 어린 날의 자신을 읽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