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온윤
생각을 끄려고 음악을 틀었다
수요일인 줄로 알고 목요일을 보냈다
비가 온다는 걸 안 뒤에야 우산을 샀다
풍경이 나보다 먼저 흐르고
나는 몇걸음 뒤처져 따라갔다
늦은 나이에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 안의 미움을 웃음으로 번역하는 매일매일
무슨 말을 하는데 자꾸만
모르는 목소리가 들려요
세상과는 영 입 모양이 맞지 않았다
우리들 대부분은 세상과 “입 모양이 맞지 않”은 채 살지 않는가. 우리 역시 위의 시의 화자처럼 세상과 맞추기 위해 외국어 번역하듯이 “미움을 웃음으로 번역”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 필자 역시 “생각을 끄려고 음악을 틀”으며 세상의 흐름에 “몇걸음 뒤처져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나아가 외국어 배우듯 세상살이 요령을 배우다 “모르는 목소리가” 내면에서 들릴 때도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