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
사랑은 시로 할 수밖에 없는 것.
시의 말로 약속 잡고
결국 더 시선을 건드리지.
그런 음지(陰地)지. 사랑은
시간의 공간이어서
잔 이별마저 시로 돌아보는 거야.
너는 내게 눈웃음 짓는다,
나무 의자 수리하는 시인같이.
그런 시는 도대체 무슨 눈길일까?
퇴고할 수 없는, 그래,
나를 응시하는 너 말고 이 세상에
누가 더 낯선 시인가?
위의 시에 따르면, 시는 사랑의 속성을 가졌다. 시는 사랑의 언어적 표현이다. 시는 사랑하는 너의 나에 대한 ‘눈웃음’ 띤 응시를 마주하면서 풀려나온다. “도대체 무슨 눈길”인지 모를 너의 눈웃음에 발동되는 사랑은, 나의 시선을 충만케 하고 “약속 잡”는 시의 말이 솟아나게 한다. 시 자체여서 퇴고할 수 없는 말을. “시간의 공간”인 사랑은 이별도 “시로 돌아보”게 만든다. 이별의 시간이 머무는 음지로서의 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