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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은유(부분)

등록일 2024-02-25 19:33 게재일 2024-02-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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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태

(전략)

 


싱싱한 새벽 공기를 따라 내처 뛰어나갔던 그 자리


이제 노을에 젖은 가슴이 그만 오른 발길에 차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그러면 누군가 물을 것이다, 언제 헤어질 것이냐고


어떤 날을 그리워하기를 바란다면


네 몸의 상처를 낭자하게 내버려두며


동거하지 않음에 대하여 슬퍼하지 말며


발가벗은 몸으로도 꽃을 피울 줄 알아야 한다


선홍빛 상사화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잠깐 이런 생각도 하는 것이다

 


상사화는 꽃과 잎이 피는 시기가 달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비유되곤 하는 꽃. 시인이 이 꽃을 들여다보다가 생각한 것은 잃어버린 사랑일 테다. “노을에 젖은 가슴”이 되었던 실연의 시간. 하나 그는 이 실연의 상처가 이파리와 ‘동거’하지 않고 “벌거벗은 몸으로도 꽃을 피”우는 상사화로 피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여 그리움으로 “네 몸의 상처를 낭자하게 내버려”두라고 스스로에게 권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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