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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썽

등록일 2024-01-02 20:15 게재일 2024-01-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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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하

저 언덕에 나무 한 그루

 

글썽거리고 서 있습니다.

 

나는 오래도록 그 모습을 못 잊어

 

한 번씩 가서 봅니다.

 

젖배 곯은 아이의 궁핍이

 

나무의 모습에 스몄습니다.

 

옷자락 차마 잡지 못하고 보낸 쓸쓸함도

 

나무의 그림자에 스몄습니다.

 

우주는 천천히 돌지만

 

못한 이야기를 다 들려줍니다.

 

우주는 시인에게 “천천히 돌”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다. 온갖 삶들이 우주에는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어떤 사물을 통해 침묵 속에서 발설된다. “젖배 곯은 아이의 궁핍이” 스며든 저 나무는 “글썽거리”는 얼굴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의 정서-‘쓸쓸함’-는 사물의 그림자에 스며든다. 이렇듯 우주의 뭇 사물들과 그 그림자에는 어떤 삶의 이야기와 그 삶이 유발하는 감정들이 발설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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