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아름다운 수당

등록일 2023-12-27 20:03 게재일 2023-12-28 18면
스크랩버튼
정연수

날 버린 여자의 아버지가 자꾸 생각난다

 

아들을 광부로 만들지 않는 게 꿈이라던

 

돈 벌면 고향 땅 풍기에다 밭을 사겠다던

 

 

땅 많은 남자를 사위로 맞고

 

그는 모처럼 갱구 같은 입을 벌려 크게 웃었다

 

그녀가 시집가던 날에도

나는 휴일 수당을 위해

 

지하 750m 갱도에서 펌프를 돌렸다

 

눈물이야 있었겠지만

 

힘 좋은 펌프가

 

웬만한 지하수 정도는 바닥이 드러나도록 퍼냈다

 

캄캄한 막장 속의 둥불이 나를 용서했다.

 

지하에서 일을 하는 업을 가졌기에, 사귀던 여자를 잃어야 했던 어떤 광부의 슬픈 이야기. 하나 화자는 그 여자를 미워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여자를 “땅 많은 남자”와 결혼시킨 여자의 아버지 역시 광부여서, 그는 광부라는 업이 얼마나 힘들고 돈벌이가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그녀의 결혼식 날에도 “휴일 수당을 위해” 지하 깊숙이 내려가 일해야 했던 것이 광부의 현실이었기에.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