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개국 정상 만나 협조 요청<br/>사우디에 큰 표차 패배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2030세계박람회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의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윤 대통령은 29일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예고에 없던 일정으로 기자단에는 담화 발표 직전 공지됐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지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며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3면>
윤 대통령은 “96개국 정상과 150여차례 만났고, 수십개국 정상들과 직접 전화 통화도 했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며 저희가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진 29표를 기록하자 이에 따라 불거진 ‘책임론’을 자신에게 돌려 국론 분열을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2021년 7월 부산에 가서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정말 애써온 부산 시민의 열망을 목도하고, (당시) 정부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도 느꼈다”며 “대선 과정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고맙게도 우리 기업들이 함께하겠다고, 민관이 공동으로 하겠다고 참여해줬다”며 “지난 1년 반 동안 정말 아쉬움 없이 저희는 뛰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부산엑스포 유치는 무산됐지만 영·호남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게 아니라 서울과 부산을 두 축으로 균형발전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도였다”며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우리나라의 국토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멀리서 보면 ‘대한민국’ 하면 서울밖에 모른다. 그게 아주 보편적이다. 부산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두 축을 통해 세계에 알리고, 이것을 거점으로 해서 영·호남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요한 국정과제였는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국정의 책임자가 국민들께 직접 말씀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담화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엑스포 유치위 차원에서 세세하게 따져보고 머리를 맞대며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오늘은 대통령이 국정 책임자로서 큰 원칙과 기본적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