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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우리는 들판을 지나갔네

등록일 2023-11-29 19:32 게재일 2023-11-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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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 테니슨 (윤명옥 옮김)

저녁에 우리는 들판을 지나갔네,

다 익은 곡식 이삭을 따며 갔네,

우리는 싸웠네, 나와 내 아내는,

오, 우리는 싸웠다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리고 다시 눈물 흘리며 키스했다네.

사랑하는 사람들이 싸우고 나서

다시 눈물 흘리며 키스할 때,

사랑을 더해 주는 사랑싸움은

축복할 만한 것!

왜냐하면 오래전에 잃은

우리 아이가 누워 있는 곳에 왔을 때,

거기 작은 무덤 위에서,

오, 거기 작은 무덤 위에서,

우리는 다시 눈물 흘리며 키스했기에.

 

여느 부부처럼 위의 시에 등장하는 부부도 이유 모르는 싸움을 하고는 눈물로 화해하고 키스한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되지만, 시의 후반부를 읽으면 가슴 아픈 슬픔을 느끼게 된다. 부부가 “다시 눈물 흘리며 키스”하게 된 것은 둘의 아이가 묻혀 있는 ‘작은 무덤’ 앞에 왔기 때문임을 알게 되니까. 부부의 사랑은 아이의 죽음을 겪으며 더 깊고 강해졌을 터, 이들에게 사랑싸움은 사랑을 더해줄 뿐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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