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벚꽃눈

등록일 2023-11-28 19:24 게재일 2023-11-29 18면
스크랩버튼
서화성

화창한 날에 꽃눈이 내린다

사월 초이튿날,

한 시절 아름다운 꽃이 지고 나면

그뿐인 것을

 

한바탕 비라도 내리는 날에

청춘이 지고

내 삶이 지고

 

미칠 정도로 날이 좋았다가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날이 좋았다가

이렇게 좋은 날, 눈물 나도록 내 사랑하는 님이 먼 길을 떠났다

 

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오는 날,

하늘에서 벚꽃눈이 펑펑 내렸다

꽃눈이 펑펑 울고 있었다

 

떨어지는 눈처럼 지는 벚꽃은 “미칠 정도로” 화창한 봄빛과 대비되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아름다움은 한 시절이 지나갔다는 슬픔을 동반하니까. 게다가 “이렇게 좋은 날”에 “내 사랑하는 님이 먼 길을 떠났”다고. 하여 벚꽃은 꽃눈이 되어 눈물 흘리듯 ‘펑펑’ 떨어진다. 우리는 이 감당하기 슬픔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살아간다. 눈 같은 벚꽃의 아름다움은 그 운명에 대한 신의 작은 보상일 테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