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요청에 尹대통령 흔쾌히 수락 알려져<br/> 현역 대거 물갈이·대통령실 참모들 전략공천설 나돌아<br/>“낙하산 공천만 아니면 된다” 일부 출마 예정자 자신감
‘용산 차출설’을 두고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의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최근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의 내년 총선 차출을 요청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당 지도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TK정치권에서는 전략공천설 등 다양한 설들이 벌써부터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TK공천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TK지역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참모들의 내년 총선 차출을 요청했다는 것에 대해 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부인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TK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 당협을 대상으로 하는 당무감사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대통령실 인사들을 공천하기 위해 현역의원들을 대거 교체할 것이라는 이야기 나온다”며 당무감사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용산 차출설이 흘러나온 후 TK정치권 안팎에서는 당무감사를 통해 현역의원을 교체하고 윤 대통령과 지근거리에서 소통하며 국정운영 철학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참모들이 전략공천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참모로 이번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명되는 TK출신 인사는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전광삼 시민소통비서관, 조지연 대통령실 행정관 등이다. 이 외에 TK지역에 도전장을 내밀 행정관들도 적잖다.
TK지역 의원들은 물론 출마 예정자들은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TK지역 한 출마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대통령실 참모가 선거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며 “낙하산 공천만 이뤄지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TK지역 출마자 역시 “‘이길 수 있는 후보 공천’이라는 기준으로 경선이 이뤄진다면 대통령실 참모가 출마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며 “전략공천설만 아니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일부에선 “(대통령실) 낙하산은 절대 없다고 말하더니 이게 낙하산이 아니면 뭔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일부 인사는 무소속 출마를 언급하기도 했다. 2016년·2020년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TK지역의 경우 유난히 극심한 공천 갈등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에도 공천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소지가 높아 보인다. 특히 2020년의 경우 대규모 현역의원 물갈이로 인해 총선에서 참패한 바 있다.
이에 당 지도부는 특정 참모를 특정 지역구에 배치하는 식의 명단이 대통령실에 전달된 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총선에서 더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선택지’를 넓혀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길 수 있는 후보 공천’이라는 기준으로 경선이 이뤄진다면 대통령실 참모 차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40%대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경우 ‘용산 프리미엄’이 반감되는 만큼 공천 및 선거 승리는 개인 역량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실 참모 차출에 심리적으로 흔들린다는 것은 자신이 없음을 내비치는 게 아닌가”라며 “총선에서 대통령 지지율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