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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기쁨

등록일 2023-08-29 18:35 게재일 2023-08-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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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선

식탁에 모일 식구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도 아버지 흉내를 내보느라

호떡을

가방에 사 넣고

지하철에 몸 싣는다

 

하나둘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오면

왜 눈물이 나는 건지, 본성의 눈물인지

품 안에

넣어온 아버지의 풀빵

목젖까지 젖는 밤

 

아버지가 귀가하시면서 맛있는 것을 사다주셨을 때 기뻐했던 아이 때의 기억은, 누구나 여전히 생생할 테다. 최도선 시인의 아버지는 호떡을 사다주시곤 했던 모양이다. 시인의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안 계신 듯, 식탁은 비어 있다. 호떡의 기억을 되살리고픈 시인은 호떡을 사서 가방에 넣는다. 그러자 아버지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도리어 생생하게 밀려오고,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 시인의 목젖까지 차오르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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