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선
식탁에 모일 식구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도 아버지 흉내를 내보느라
호떡을
가방에 사 넣고
지하철에 몸 싣는다
하나둘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오면
왜 눈물이 나는 건지, 본성의 눈물인지
품 안에
넣어온 아버지의 풀빵
목젖까지 젖는 밤
아버지가 귀가하시면서 맛있는 것을 사다주셨을 때 기뻐했던 아이 때의 기억은, 누구나 여전히 생생할 테다. 최도선 시인의 아버지는 호떡을 사다주시곤 했던 모양이다. 시인의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안 계신 듯, 식탁은 비어 있다. 호떡의 기억을 되살리고픈 시인은 호떡을 사서 가방에 넣는다. 그러자 아버지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도리어 생생하게 밀려오고,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 시인의 목젖까지 차오르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