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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김천고의 실험

등록일 2023-08-24 19:07 게재일 2023-08-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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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국내 거주 외국인 250만 명 시대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공장은 물론 농어촌에도 영농과 어로 활동에 큰 몫을 차지한다. 매년 수만 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까지 수입해오는 마당이다. 대학들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골몰한다.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12개 대학이 몰려 있는 경북 경산의 일부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학교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재정상황이 나쁘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구멍 난 재정을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숫자는 대략 16만 명으로 추산된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세계 10대 유학강국 도약’이 목표다. 어느 순간 대학들이(대부분 전문대학들이긴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정상 운영이 어려운 재정상황에 몰렸다. 매년 재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이 자리를 전문대생들이 메우는 연쇄 이동을 반복하고 있다. 빈자리와 재정난 타개를 위해 대학들이 유학생들에게 눈을 돌렸다. 유학생 중 상당수는 학교에서 나가 산업체 등으로 간다. 비록 불법체류자 딱지가 붙어도 필요한 산업인력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유학생들의 이탈 단속도 손 놓았다. 아예 발상을 바꿨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과 전문 교육을 해 지역 기업에 취업시키고 사회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대학에 이어 고교까지 유학생 유치에 뛰어들었다.

경북 김천고가 내년 3월부터 16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받기로 했다. 경제 사정에 따라 장학금도 지급한다. 자립형 사립고로 명문 고교 반열에 오른 김천고는 신입생이 미달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머잖은 장래에 닥칠 학생 부족 사태에 대비했다. 김천고를 따라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학교 측은 유학생 학부모의 동반 입국도 추진한다. 부모가 함께 학생의 교육 환경을 돕고 부족한 지역 일손을 메우는 방안도 세웠다.

올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2만6천788명이 국내에 들어왔다. 영농철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수확과 작물관리에 귀중한 손이 됐다. 지금 농어촌에는 이들이 없으면 농사지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다. 산업현장도 당장 멈춰 설 판이다. 인력난의 한국에 한줄기 단비다. 마침 경북도도 ‘외국인 광역비자’제도를 도입, 외국인 유치에 물꼬를 텄다. 비자 발급 권한 일부를 도지사가 갖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지방정부가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주도적으로 선정해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게 됐다.

세계는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인구절벽 위기에 놓인 우리나라가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이 됐다. 무려 2천200년을 지탱해온 로마제국과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는 외국인을 중용해 부강한 나라가 됐다. 개방과 포용의 산물이었다.

김천고가 외국인 유학생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며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교육에 미칠 파문과 효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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