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그녀는 동굴

등록일 2023-08-03 17:16 게재일 2023-08-04 18면
스크랩버튼
장종권

스스로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간 어린 여자아이 있었다.

그 후로 아무리 어둠을 마셔도 더이상 나이를 먹지 않았다.

 

동굴 속의 소녀는 독한 어둠에 그녀의 꿈을 섞어 마셨다.

어둠에 버무려진 꿈만 먹어도 다시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소녀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어둠을 말아먹으며 행복했다.

행복하다고 믿었다 너무 행복해서 갈수록 더 어두워졌다.

 

스스로 천길 동굴이 되고 어둠이 되어 홀로 춤을 추었다.

어두운 춤들은 산산이 흩어져 아름다운 별꽃들을 낳았다.

 

그녀가 삼킨 어두움 속에서 그녀는 별들의 어머니가 되었다.

여성이 창조주인 일종의 창세 신화다. “스스로 둥굴 속으로 들어간 어린 여자아이”가 “아름다운 별꽃들”이 피어난 밤하늘의 세계를 낳는다, 어떻게 그녀는 그러한 세계를 낳았을까? “독한 어둠에 그녀의 꿈을 섞어 마”시면서, 동굴의 어둠을 행복으로 여기며 견디었기에. 그 행복은 그녀를 더 어둡게 만들어서, 결국 그녀 자신이 어둠이 되어버렸는데, 이때 그녀가 춘 춤이 어둠을 밝히는 ‘별꽃’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