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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8-01 19:04 게재일 2023-08-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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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제 라스커 쉴러(배수아 옮김)

항상 죽음만을 생각한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차라리 성화의 인물이라도 된다면

내 안의 화염이 꺼져 버릴 텐데

 

몽환의 석양빛에 내 눈은

핏물로 젖어드니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나 네게로 향하는 곳에서

 

너는 내 비밀의 고향이니

이보다 더한 그윽함은 없어라

 

한없이 위로 피어나고 싶을 뿐

네 심장, 하늘의 푸름을 향해

 

오직 부드러운 길을 펼치리라

고동치는 너의 집 언저리에

사랑을 삶의 전부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삶은 죽음과 같으리라. 하지만 그는 사랑하기를 멈출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내 안의 화염”은 꺼지지 않기에. 그의 삶은 “어디나 네게로 향”한다, 마치 회귀본능처럼. 하여 그의 고향은 사랑하는 ‘네 심장’이 있는 곳이다. 그곳은 ‘하늘의 푸름’ 속에 있다. 그렇기에 푸름을 밀어내고 붉은색을 퍼뜨리는 ‘석양빛’ 하늘을 보며 “내 눈은/핏물로 젖어드”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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