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운영자님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나이가 많은데, 참가해도 되나요?” 이제는 어느 모임에 가도 내가 최고령인 경우가 많아서 점점 조심스러워 사전에 나에 대한 정보를 알리게 된다.
선생으로 젊은이를 대한 적은 있어도 참가자로 젊은이들과 함께 한 자리는 많지 않은데, HOLIX라는 플랫폼의 모양새를 보니 젊은이들이 많을 것 같았다.
그래도 과감하게 용기를 낸 것은 올해 특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네 도서관에서 ‘감정과 뇌’라는 주제로 뇌 과학 책만 읽는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15명의 참가자 나이 구성이 20대부터 60대까지다. 도서관을 통해 신청을 받고 보니, 나이 구성이 40년에 걸쳐 분포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주로 생협에서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모임을 해왔기에 이런 다양한 연령대의 모임은 약간 낯설어 긴장했지만, 젊은이와 늙은이 사이에 허물없이 서로 잘 배우고 있다.
그러나 HOLIX에서 알게 된 영화 모임은 아무래도 더 젊은이 중심인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역시 운영자도 30대이고 대부분 20~30대였다. 그래도 며칠 전 세 번째 모임에는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 참가자가 왔는데, 그 역시 나이가 많은데 와도 되나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이런 나이든 사람의 망설임에는 늙은이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편견이 한 몫 한다.
신경과 전문의 김진국의 책 ‘기억의 병’에서는, 사람들은 ‘늙음’에서 고집, 욕심, 무뚝뚝함, 괴팍함과 같은 부정적인 편견과 가까이 가기 싫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떠올린다고 한다. 이런 글을 보니, 젊은이들이 늙은이들을 불편해할까 두려워했던 내 염려가 기우는 아니었구나 싶다. 이런 부정적 편견은 만나야 해소될 수 있다. 나 역시 장거리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80세 노인이 노트를 꺼내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노인에 대한 편견이 깨진 적이 있다. 대화를 하면서 알고 보니 60세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어서 김진국은 나이 들면 불안과 우울이 많아지고, 그러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불안과 우울을 줄이기 위해서는 속물적인 행복을 지양하고 개성 있는 주체로서 행복을 누리는 경험을 많이 하라고 조언한다. 나이 들었다고 집안에만 들어앉아서 자식들만 바라보면 불안과 우울이 침범하기 쉽다. 뇌세포와 심장세포는 늙지 않는다고 하니 나이 들수록 교류 범위를 넓혀 동네 독서 동아리에 참여해보자. 조금은 낯선 SNS 클럽에서 공부하는 것도 주체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두 모임을 겪어보니, 젊은이들의 생각과 마음씀씀이가 예상보다 깊고 여유가 있다. 영화 모임에 온 어느 젊은이는 또래끼리만 어울리면 생각이 좁아진다며 우리를 반긴다. 세대 간 교류는 젊은이들에게도 늙은이에게도 서로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고 생각의 폭도 넓혀준다. 또래모임도 편안하고 좋지만, 세대모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젊은이들이 싫어할까 지레 겁먹지도 말고 젊은이들에게 자존심도 세우지 말고 배우는 마음으로 어울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