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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법이 뭐길래

등록일 2023-07-20 18:21 게재일 2023-07-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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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1. 홍준표 대구시장이 ‘수해 골프’ 논란을 사과했다.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고개 숙였다. 고심 끝의 사과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주말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냐”며 항변하던 그였다. 재난 대응 매뉴얼까지 내세우며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었다.

그러나 여론은 홍 시장의 뜻과는 반대로 전개됐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비판하고 징계마저 논의됐다. 결국 홍 시장은 한 발 물러서며 수습에 나섰다. 사태 발발 당시 홍 시장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대응이 꼬이면서 일이 커졌고 ‘국민정서법’이 더해져 화를 키웠다. 홍 시장은 그동안 누구보다 정국을 잘 읽고 대처해왔다. 적절한 국면에 정치 훈수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감정과 정서 또한 잘 알 터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해 골프’논란과 수습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2. 국내 입국이 거부된 가수 유승준(47)도 국민정서에 반한 괘씸죄에 걸려 애를 먹었다. 그는 20년 동안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고문(?)을 당해야 했다. 유 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 씨는 2002년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그해부터 입국이 막혔다.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재판부가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부 등의 협의가 필요하다. 유 씨는 병역 회피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그의 연예 활동과 인생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을 터이다.

교육과 병역 의무는 우리 국민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국민이 용납않는다. 국민정서법이 가장 민감하게 작동하는 분야다.

국민정서법이란 한 나라의 국민이 특정 사건에 대해 집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감정이나 정서를 말한다. 통상 ‘국민정서’가 법치에 영향을 주는 쪽으로 작용할 때 사용된다. 부정적인 의미를 부각, ‘떼법’이라고도 한다.

‘국민정서’가 실정법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보다 중히 여겨지는 상황을 비꼬는 말이다. 논리적인 법 잣대로만 재단할 수 없는 것이 국민정서법이다. 한국에만 작동하는 독특한 불문율이다. 실체가 없는 모호한 주장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민정서법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 우리 국민의 반일정서는 법적으로 해결된 사항을 뒤집기도 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등의 속담처럼 혼자 앞서거나 튀는 행동 등에 대한 반발 심리가 내재돼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남의 눈치를 많이 보게 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국민정서법은 ‘법 위의 법’이 됐다. 집단이기주의와 결부돼 각종 국책사업과 정부정책을 뒤흔들기도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평준화 교육에서 보듯 하향평준화의 부작용도 초래한다.

공직자와 연예인 등 유명인사는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처신과 사생활을 요구받는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는 더하다. 청렴과 성실성 기준이 더 높게 적용된다. 국민정서법에 저촉되면 남아날 장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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