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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물갈이론의 실체

등록일 2023-07-13 18:33 게재일 2023-07-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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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홍 시장에 비해 정치적으로 햇병아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소신과 철학으로 일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을 ‘싹 다 바꿔라’는 이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대구시와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용판 대구시당위원장이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한 말이다. 홍 시장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났다.

초선의 김 의원이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물갈이론에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는지 잘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홍 시장은 여러 차례 대구·경북(TK)의원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발언해 지역 초·재선의원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국회에서나 지역에서, 존재감도 없고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22대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있지만 지역 정치권은 너무 조용하다. 이맘때쯤이면 출마의사를 밝히고 총선을 향해 뛰는 정치지망생들이 명함을 돌리며 분주하게 지역을 누볐다. 하지만 요즘 TK 정치인들은 대부분 바짝 엎드려 있다. 현역 의원들만 의정보고회와 현수막 정치를 하고 각종 모임에 얼굴을 내밀며 표밭 다지기에 열심이다. 눈에 띄는 정치지망생은 현재 가뭄에 콩나듯 하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인사 대부분이 다음 총선에서 발을 빼는 이상기류까지 감지된다. 용산(윤석열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거나 섣불리 나섰다가 타깃이 돼 찍힐까봐 꼬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최근 일부 지역에서 친박 인사들의 총선 출마 움직임이 관심을 끌고 있다. 본지 여론조사 결과 이들 지역은 현역 의원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정가를 달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정론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과 전직 정치인에 대한 평판이 좋은 몇 곳에선 선거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출마가 거론되는 일부 지역구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아예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오는 10월 예정인 당의 지역구 정무감사 결과, 성적표가 나오면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 같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교체지수가 높고 당과 대통령 지지도를 밑도는 지역은 물갈이 타깃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TK지역 상황과 기류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TK 물갈이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당 지도부로 봐선 공천을 통한 물갈이 기반이 자연스레 갖춰진 셈이다. 이에 지역에선 옥석을 가리고 중량급 인사를 키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중앙 정계에서 활약하는 다선 의원 부재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총선때 TK 25개 지역구 중 공천경쟁에서 살아남은 의원은 대구 5명, 경북 4명 등 9명 뿐이었다. 16개 지역구의 주인이 바뀌었다. 결국 초선 의원만 16명을 배출,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이 됐다. TK는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공천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TK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속설 앞에 또다시 고개 숙여야할 운명에 놓였다. 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속절없이 당하는 학살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 선량들이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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