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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푹푹 빠지는 밤

등록일 2023-07-11 19:36 게재일 2023-07-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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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길에도 나무에도

눈이 펑펑 내려 쌓여

눈이, 눈이 내리고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밤

이렇게 눈이 와서 아름다운데

이렇게 눈이 와서 부를 수 없네

그래!

얼른 나가보라 전화해야지

너 사는 집에도 눈이 오겠지

밤이 푹푹 빠지는

눈이 펑펑 쏟아지겠지

 

어떤 시인은 아름다움을 마주하면 어쩔 줄 모르는 맑고 순순한 영혼을 갖고 있다. 위의 시의 시인처럼. 함박눈이 내려 “길에도 나무에도” 쌓이는 밤, 시인은 이 밤이 너무 아름다워 좋아하는 너를 부르고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눈이 너무 쌓여 너는 올 수 없다. 전화라도 하자, “얼른 나가보라”고. “밤이 푹푹 빠지는” 아름다운 눈의 밤을 만끽하라고. 시인은 저 아름다움을 혼자만 향유할 수 없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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