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야의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해결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각종 이슈를 서로 선점하며 상대방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상대편 주장은 무조건 배격하고 자신들의 할 말만 한다. 정치권의 후쿠오카 원전 오염수 공방이 폭염 속에서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견해도 아예 무시한다. 마침내 이것도 괴담이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 정권 탓하기에 열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뻔한 법안을 들이밀며 또 해보라고 정부여당의 속을 뒤집는다. 논란을 빚는 민주유공자법을 단독처리하는 등 입법 폭거는 단골 행사가 됐다. 나라 빚이 폭증, ‘천조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국회는 ‘나몰라라’다. 재정준칙 논의는 민주당의 어깃장으로 올해만 열번째 불발됐다. 민생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 가족의 비리 들추기에 골몰한다. 독을 품고 현 정부 흠집 내기를 한다. 언제 파국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꽉 막힌 정국의 현주소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체포동의안 부결,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논란 등으로 위기에 빠졌다.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혁신위가 출범했다. 혁신위가 내놓은 첫 작품이 불체포특권 포기다. 하지만 당내에선 모두 왼고개를 튼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논의조차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민주당은 앞서 이 대표와 노웅래 의원 등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송영길 전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입법부의 행정 견제 역할을 포기하자는 항복문서라며 반발한다. 반면 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받고 은근히 즐기는 시선이다. 대조적이다. 혁신위의 2호안인 ‘꼼수 탈당’ 근절도 같은 운명이 될 공산이 커졌다. 따가운 눈총을 받고도 바룰 생각은 전혀 없다. 여야가 서로 내로남불이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켜 사회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장애인 학대와 차별 해결을 호소해 여야의 박수를 받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시각장애인 김 의원의 대정부질문은 고성과 호통, 정쟁만 난무하던 기존 모습과는 딴 판이었다. 난장판 국회에 대한 경고였고 반성하라는 메시지였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회의원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금새 잊었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국회의원 급여가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세계 1위라고 했다. 파렴치한 범죄와 부패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외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가 180여 가지다.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과 권위주의에 매몰돼 세계 10위의 경제대국과 K-컬처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성취를 갉아먹고 있다. 국민들은 그들을 국해(國害)의원이라고 부른다.
민생과 국익은 안중에도 없다. 거대 양당 대표는 만나는 것조차 피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를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