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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10월 3일 내죽도 새털구름

등록일 2023-07-02 16:54 게재일 2023-07-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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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도

작년 이맘때 뗏목에서 일하는 엄마 곁에서 놀다가

엄마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송사리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 아기가 있었습니다

멀리서 물개가 보고 부리나케 헤엄쳐 왔지만

구하지 못한 아기가 있었습니다

 

빈 독을 관 삼아 잠자는 아기를 넣고 묻은 돌무덤가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습니다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아기의 꿈속에서

반딧불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아기가 “물속으로 들어가 버”려 세상을 떠버렸다…. 아기는 이 세계와 너무 친하기에 그런 일을 당한 것, “송사리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물에 들어간 것이니. 그래서인지 아기가 묻힌 “돌무덤가에서/귀뚜라미”는 추모의 울음을 울고, 이 울음소리에 맞추어 “아기의 꿈속에서/반딧불이 태어”난다. 아기의 죽음이 너무도 슬픈 나머지, 세계는 꿈의 세계에서라도 아기를 대신한 반딧불을 새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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