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묻고 또 묻자

등록일 2023-06-26 17:58 게재일 2023-06-27 18면
스크랩버튼
김규인 수필가
김규인 수필가

챗GPT에 질문하는 기사가 한동안 신문을 채웠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챗GPT는 질문하기 바쁘게 답을 내놓았다. 챗GPT가 어떤지 궁금해서, 우리 사회가 묻는 이에게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니 기계에 물어보는 건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기계에 답을 구할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사회는 산적한 문제로 어떻게 순서를 정하여 일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다. 출산율의 저하는 엄두가 나지 않는지 지엽적인 문제만 건드린다. 국회의원 수를 조정하는 문제는 당리당략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일본의 원전 오염수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말을 한다. 전세 사기 문제는 너무 꼬여 실마리를 찾기가 힘이 든다. 여기에 퀴어 축제로 국민의 생각은 나누어진다. 욕심을 내려놓기 어려운지 들러리 문제만 만지작거리느라 중요한 문제만 그대로 남는다.

코로나가 설치고 혼자 놀기에 익숙한 탓인지 우리는 자기들만의 시간에 빠진다. 수업받는 학생은 질문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우리는 현재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본다. 자기의 생각을 남들과 섞을 줄을 모르고 자기 말만 하느라 남을 위하여 틈을 내어주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질문 없는 교실에 학문적인 성취는 없고 질문 없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질문하는 것은 가슴에 억눌린 답답함을 해소하는 길이요 꽉 막힌 도로를 뚫는 것이며 힘들다는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질문은 사건의 핵심을 뚫고 본질에 다가가는 길이다. 문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핵심 문제를 들추어내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좋은 질문은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바탕으로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갈구하거나 그 상황이 주는 아픔에 마음 아파하며 절박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질문은 더 구체화하며 날카로운 물음으로 문제의 본질을 향한다. 질문은 말이 없지만, 묻는 이의 절박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질문이 구체화할수록 답은 절반 이상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질문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핵심을 빗나간 질문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누구의 이목도 끌지 못하고 문제는 홀로 나뒹굴게 된다. 핵심을 찌른 질문은 사람들을 질문에 집중하게 하고 해결 방법을 찾게 만든다. 현재의 판을 뒤집는 핵심적인 질문은 문제 해결을 넘어 삶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을 돌아보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로 쌓여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 어떤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의지도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만을 생각하며 의사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끊임없이 자신의 욕심만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오늘 하루 나를 향해 질문을 던져보자.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나를 둘러싼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을 하자.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낳고 서로 간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어느 순간에 문제는 핵심을 찌르고 사람들은 모여 있을 테니 말이다. 눈길이 사람을 향할 때 서로 잡은 손은 더 따뜻해질테니 말이다.

길 위의 마음 읽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