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매화를 닮았다는 매원(梅院)마을이 마을 단위 국가등록문화재로 처음으로 등록됐다. 집에 서당에 재실 뿐만 아니라 골목길에도 남은 사백여 년 삶의 자취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한다. 더구나 여기는 조선시대 하회마을,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 3대 양반촌이 아닌가.
마을은 자연이 허락하는 대로 동·서로 길게 터를 잡았다. 중매를 중심으로 동쪽의 상매와 서쪽의 하매로 이루어진다. 문화재청은 “이는 구성원들이 갈라지면서 나아가는 시간적·공간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집도 길을 따라 늘어서고 신분에 따라 집의 규모가, 가족의 분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드나드는 길이 서로 다르다. 이는 신분과 시간에 따라 주거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어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된다.
문화재청은 “칠곡 매원마을은 근·현대기에 이뤄진 마을 영역의 확장, 생활방식 등이 다른 영남지방의 동족 마을과 구별되는 시대적 특징을 잘 보여주며, 가옥과 재실, 서당, 마을 옛길, 문중 소유의 논과 옛터 등 역사성과 시대성을 갖춘 다양한 민속적 요소들이 있어 국가등록문화재로서의 등록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가옥의 구조나 골목길은 우리들 삶의 방식을 말하고 재실에서는 삶의 뿌리를 다시 확인하고 서당에서는 자녀들에 대한 미래의 꿈을 키운다. 이러한 것이 오늘날 우리네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우리네 문화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 세계문화의 중심에 선 우리 문화의 자존심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한류가 수십 년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것은 오천 년 동안 쌓아 뿌리 깊은 문화가 있어서다. 오천 년간 쌓은 한국적인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문화재청의 매원마을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오천 년을 이어오며 굴곡진 삶을 살아온 삶의 자취를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일은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문화의 지속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여 남의 나라에 복속되거나 긴 식민 지배로 자신들의 문화를 잃은 사람들은 또 얼마인가. 그러하기에 매원마을 문화의 꽃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아름답다’를 살펴보면 조상들의 문화에 대한 통섭을 알 수 있다. ‘아름’은 앎의 뜻으로 썼으며 나나 개인을 나타내는 의미로도 사용하였다. 이 말은 나를 제대로 알 때 아름답다는 뜻으로 단어 하나에서도 사물의 깊은 이치를 담은 우리 선조들의 통섭을 읽는다. 그러하기에 모든 색을 품을 수 있는 흰색을 좋아하고 지형을 보고도 매화꽃을 피우고 오늘날 세계를 열광케 하는 한류의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었다.
나를 제대로 알기에 문화의 꽃을 피우는 대한민국. 다시 삶의 향기 가득한 매원마을을 찾아낸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한민족의 바닥에 깔린 깊은 문화의 샘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을 올리는 일이 세계의 문화를 한 단계 올리는 일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