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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WITH’ 프로젝트

등록일 2023-06-14 18:26 게재일 2023-06-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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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년 전 4월쯤으로 기억한다. 동네 행정복지센터에 갔다가 지산종합복지관에서 ‘영화 WITH’의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팸플릿을 얻었다. 은퇴 후 온갖 문화강좌 수강을 별렸으나 코로나19 탓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답답하던 차였다. 신청서를 정성껏 써서 인터넷으로 제출했다. 면접 후 대상자 선정을 한다길래 떨리는 맘으로 연락을 기다렸다. 며칠 후 면접 전화가 왔다.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나, 왜 신청하였나 등등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무엇보다 수강의 간절함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 영화 덕후라고 했더니 무슨 장르를 주로 보냐, 왜 좋아하느냐는 등 꽤 긴 시간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하여튼 며칠 후 선정되었다고 연락이 왔고, 5월부터 20주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강생은 20대부터 60대까지 나잇대도 다양한 남녀 20명 정도였다. 이번이 세 번째 수업인 분도 몇 있었으나 대부분은 나처럼 영화 공부인 줄 알고 오신 분들이었다. 그러나 강좌명과 같이 실제 영화감독이신 강사의 지도로 수강자들이‘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였다. 2019년부터 시작된 ‘영화 WITH’는 첫해에는 2편, 2회째는 한 편의 영화를 이미 만든 저력이 있었다.

첫 수업 때, 영화 끝의 엔딩크레딧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짜릿할 건가를 기대한다며 내 소개를 했다. 20주 후 영화시사회에서 그 바람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매주 수업은 영화제작 실습이었다. 첫날부터 컷촬영 실습, 두 번째 수업엔 휴대폰으로 5컷짜리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기획, 촬영, 편집 등의 영화 실무 공부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단 한 번의 수업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이크, 카메라, 오디오 장비들을 다루는 법을 모든 수강생들이 실습해 보면서 15분 내외의 단편영화 제작 준비를 했다.

다양한 단편영화들을 감상하는 동시에 우리가 만들 영화 주제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고 상의했다. 대강 정해지자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배우, 연출, 촬영, 스크립트, 오디오, 붐마이크, 슬레이트, 메이킹필름, 소품 등의 영화 스태프는 수강생들이 자원하거나 타천으로 결정했다. 나는 소품 담당을 자원했는데 감독님의 요청으로 시나리오 작성에도 다소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 시나리오가 거의 완성된 후 몇 주간은 배우들의 시나리오 읽기와 연기 연습이 이어졌다.

촬영일자와 로케이션 장소도 상의했다. 촬영은 하루만 하기로 정했으나 실제 배우들은 보충 촬영을 할 정도로 쉽잖은 작업이었다. 촬영 내내 촬영장의 현장 분위기를 맛보고, 영화 한 편이 얼마나 어렵게 탄생되는가를 체험하였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단편영화 ‘선물’의 시사회는 흥분과 보람의 시간이었다. 영화 상영 후, 엔딩크레딧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의 감동은 전율감 그 자체였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작년에도 참여하여, ‘엄마 찾아 칠십 리’라는 단편영화제작에 붐마이크를 들었다. 아, 우리집 강아지 베리도 특별출연하는 기쁨도 있었다. 올해도 절반의 수업이 지났다. 영화 주제는 만남, 내 역할은 시나리오 정리로 이미 정해졌다. 완성도 높은 작품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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