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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등록일 2023-05-14 18:51 게재일 2023-05-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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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우리가 마주 보고 누웠을 때

 

당신의 심장은 아래로 쏟아지고

 

내 심장은 쏟아지는 세상을 받아냈는데

 

내 팔베개에서 자꾸만 강물이 흘러

 

당신 귀는 깊이 잠들지 못했네

 

내 피가 실어 나르는 복숭아 꽃말을

 

다 듣고 있었네 그때 나는

 

벌써 죽은 사람이었고

 

당신은 살아서는 다시 못 꿀

 

꿈처럼 가엾이 아름다웠네

 

사랑을 몸으로 느낄 때가 있다. “우리가 마주 보고 누웠을 때”가 그렇다. 심장과 심장이 뒤섞이고 피가 서로에게 흐르는 시간. 위의 시는 나른하면서도 격렬한 그 시간을 보여준다. ‘나’의 피가 “복숭아 꽃말을” “실어 나르”고, “당신 귀는 깊이 잠들지 못”하는 ‘몽유도원’의 시간. ‘나’의 삶이 ‘당신’ 속으로 용해되는 이 시간에서 “나는/벌써 죽은 사람”이 되고, “당신은 살아서는 다시 못 꿀” 아름다운 꿈이 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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