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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지대

등록일 2023-05-03 19:19 게재일 2023-05-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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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 안에 공장 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

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

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 끈들.

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

자궁 속에 고무 인형 키워온 듯

무뇌아를 낳고 산모는

머릿속에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정수리 털들을 하루 종일 뽑아댄다.

 

위의 시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그로테스크하고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공장 지대가 가져온 환경오염으로, 그 지대에 사는 산모가 무뇌아를 낳는다. 산모는 자신의 “몸 안에 공장 지대가 들어선 느낌”을 받고 “젖을 짜면” “허연 폐수”가 흘러내릴 것이라고 상상한다. 자신의 머릿속에도 “뇌가 있는지 의심”한다. 정신이 나간 것, 그래서 산모는 저 아이를 공장의 ‘굴뚝들’과 ‘간통’해서 낳은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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