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
어떻게 여기 와 피어 있느냐
산을 지나 들을 지나
이 후미진 골짜기에
바람도 흔들기엔 너무 작아
햇볕도 내리쬐기엔 너무 연약해
그냥 지나가는
이 후미진 골짜기에
지친 걸음걸음 멈추어 서서
너는 떠돌지 말라고
내 눈에 놀란 듯 피어난 꽃아
작은 생명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시인은 이를 “후미진 골짜기에” 피어 있는 ‘노루귀꽃’에서 경험한다. ‘연약해’ 보이는 이 꽃이 이런 험한 곳에 피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경이는 생명의 거대한 힘이 작은 자연물에서 더욱 드러난다는 사실의 깨달음에서 연원한다. 하여 시인에게 ‘노루귀꽃’은, “지친 걸음걸음 멈추어 서서” “떠들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